대통령·장관·국회의원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개편안과 권력 수사의 독립성
중대범죄수사청이 출범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공수처의 역할을 다시 조정하자는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여당 법사위원들을 중심으로 검토 중인 방안은 공수처의 수사 대상을 크게 바꾸는 내용입니다. 대통령·국무총리·장관·국회의원 등 정치권 고위공직자를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대신 판사·검사·경찰·중수청 수사관 등 사법·수사기관 종사자에 수사를 집중시키자는 구상입니다. 공수처 역시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전제로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재 공수처법은 대통령·국무총리, 국회의장·국회의원,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 판사·검사, 고위 경찰, 중수청 고위직 등을 모두 고위공직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지금의 공수처는 정치권력과 사법·수사권력을 모두 수사 대상으로 삼는 기관입니다.
개편안대로라면 이 구조는 상당히 달라지게 됩니다.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 등 정치권력의 중대범죄는 주로 중수청이 맡고, 공수처는 판사·검사·경찰과 같은 사법·수사기관을 감시하는 기관에 가까워집니다. 겉으로 보면 꽤 명확한 역할 분담입니다. 중수청은 중대범죄를 수사하고, 공수처는 수사기관을 다시 수사합니다. 실제로 중수청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법제처가 밝힌 중수청법의 제정 이유 역시 검찰청을 폐지하고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중수청을 설치해 중대범죄 수사를 담당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공수처와 중수청의 관할이 겹치는 현재보다 역할이 훨씬 선명해질 수도 있습니다. 수사권이 커진 경찰과 중수청을 공수처가 외부에서 감시하도록 하는 모델 역시 나름의 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그렇다면 정치권력은 누가 수사해야 할까요?
정치권력 수사를 중수청에 맡기는 것의 의미
중수청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나 별도의 독립기관이 아닙니다. 법률상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입니다. 현행 중수청법 제6조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하도록 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중수청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대통령 수사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입니다. 행정안전부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위원이고, 중수청은 그 장관의 소속기관입니다. 대통령을 수사하는 기관이 결국 대통령이 구성한 행정부 안에 놓이는 셈입니다.
공수처가 이번 개편 움직임에 반발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공수처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 국회의원 등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권을 중수청에 넘길 경우 대통령의 지휘 계통에 있는 기관이 대통령을 수사하는 구조가 된다며 '견제 구조의 퇴보'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여기서 곧바로 "행정부 소속 기관은 대통령을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없다"고 결론내리는 것은 지나칠 수 있습니다. 수사기관의 독립성은 소속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한 지휘권을 누가 갖는지, 수사기관장의 임기와 인사가 어떻게 보장되는지, 사건 배당과 수사 착수에 외부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지와 같은 제도적 장치도 함께 봐야 합니다. 실제로 중수청법의 법 제정 이유에서도 "수사의 독립성 확보"를 목표로 명시했습니다.
그래서 더 정확한 질문은 중수청이 행정부 소속이라는 사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장관을 수사하게 할 만큼 정치권력으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국회의원의 경우 문제가 조금 다릅니다
국회의원까지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점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과 장관은 행정부 구성원이지만 국회의원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국회의원을 중수청이 수사하는 것을 두고 "자기 조직이 자기 수장을 수사한다"고 표현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반대 방향의 문제가 생깁니다. 중수청은 행정부 소속 기관이고, 국회의원은 입법부의 구성원입니다. 그렇다면 행정부가 가진 강력한 수사권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행사될 때 그 수사가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가 중요해집니다.
대통령을 수사할 때는 수사 대상이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문제가 됩니다. 국회의원을 수사할 때는 권력이 다른 권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견제가 압박으로 변하지 않도록 해야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같은 정치권력 수사이지만 독립성의 문제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셈입니다.
공수처를 만든 이유
이 지점에서 공수처가 왜 만들어졌는지도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수처는 처음부터 단순히 수사기관 하나를 더 만들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법제처가 정리한 간련 제정 취지는 고위공직자 범죄를 척결하고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고위공직자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공수처를 설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개편은 단순히 몇몇 직위를 수사 대상에서 빼는 정도의 변화로 보기 어렵습니다. 공수처의 기능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공수처가 대통령·국회의원·장관·판사·검사 등 여러 형태의 고위공직자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기관이었다면, 개편 이후에는 판사·검사·경찰·중수청 수사관 등 사법·수사기관을 외부에서 감시하는 기관에 훨씬 가까워집니다.
이러한 변화 자체가 반드시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검찰청이 폐지되고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담당하게 됐다면 오히려 강한 수사권을 가진 기관을 누가 견제할 것인지가 이전보다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공수처를 이 역할에 집중시키자는 주장에도 분명한 제도적 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다른 한쪽도 함께 설명되어야 합니다.
공수처에서 빠져나온 정치권력에 대한 독립적 수사는 누가 담당할 것인가
중복을 없애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추진하고 있는 개편안의 장점은 기관 간 역할을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중수청이라는 대형 중대범죄 수사기관이 생겼는데도 공수처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정치권력의 부패범죄를 함께 수사한다면 두 기관의 관할은 계속 겹칩니다. 반대로 정치권의 중대범죄는 중수청이 맡고, 사법·수사기관 종사자의 범죄는 공수처가 맡도록 나누면 조직의 역할은 훨씬 단순해집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역할을 나누는 기준이 단순히 행정적 효율성만이어서는 곤란합니다. 특히 수사 대상이 대통령이나 장관, 국회의원처럼 다른 국가기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정치권력이라면 어떤 기관이 가장 효율적으로 수사할 것인가 못지않게, 그 기관이 수사 대상에게서 얼마나 독립되어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기관 간 관할이 겹치는 것은 비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중복을 제거한 결과 정치권력을 수사하는 기관이 정치권력과 더 가까워진다면, 우리는 효율성을 얻는 대신 올바른 견제 장치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중수청이 대통령이나 장관의 영향으로부터 충분히 독립될 수 있는 강한 제도적 장치를 갖추다면 공수처와의 중복 관할을 반드시 유지해야 할 필요도 줄어듭니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공수청이냐 중수청이냐"라는 기관 이름에 있지 않습니다. 정치권력에 대한 수사의 독립성을 어떤 구조로 보장할 것인가에 있습니다.
누가 수사하는가보다, 누가 통제할 수 있는가
공수처를 사법·수사기관에 대한 전문적인 견제기관으로 재편하는 것은 하나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검찰청 폐지 이후 경찰과 중수청의 수사권을 외부에서 견제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을 공수처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려면 그 다음 질문에도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과 장관을 수사하는 중수청이 행정부 내부에 있으면서도 어떻게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행정부 소속 수사기관이 국회의원을 수사할 때에는 어떻게 수사가 입법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요.
공수처를 처음 만들 때 우리는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독립적으로 수사'하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내세웠습니다. 중수청 출범으로 수사기관의 구조가 달라졌다면 공수처의 역할 역시 다시 설계할 수 있습니다. 다만 기관의 이름이나 관할보다 먼저 지켜야 할 원칙은 분명합니다.
수사받는 권력이 수사하는 권력을 통제할 수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번 공수처 개편을 둘러싼 가장 중요한 질문은 공수처와 중수청 간의 수사대상 조정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정치권력은 누가 수사해야할까요? 그리고 그 수사기관을 정치권력으로부터 어떻게 독립시킬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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